현재 20대 중후반인 내가 느끼기로는 요즘 주변의 친구들도 그렇고 페이스북을 예전만큼 활발하게 네트워킹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래와 같다. (뇌피셜 및 개인적인 느낌)
1. 인스타 그램이나 밴드, 틱톡, 유튜브 등 페이스북을 대체할 만한 다양한 SNS가 등장 (각 매체와 콘텐츠에 특화된 SNS 채널들 등장)
2. 카카오톡의 영향력이 지배적 (한번 모임이 형성되면 카카오톡을 통해 쉽게 정보 교환을 하고 연락을 주고 받게 됨)
3. 페이스북상 광고에 대한 높은 피로도
4. 굳이 알고 싶지 않거나 연결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도 연결시켜주는 페이스북의 과한 노력(?)
* 물론 10대들은 카톡보다 페메를 더 활발하게 한다는 기사를 보기도 했다. 따라서 위 이유들은, 어디까지나 나의 경험과 생각일 뿐. (벌써 세대차이가 나다니. 흑)
하지만 최근 다양한 커뮤니티 레퍼런스를 찾아보던 중 아직 많은 커뮤니티들이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우연히 스타트업여성들의일과삶 (#스여일)이라는 커뮤니티를 알게 되어 가입하였다. 그리고 스여일 을 통해 리뷰빙자리뷰라는 커뮤니티에서 진행하는 모임 소식을 듣고 흥미롭게 느껴져 4주간의 모임에 신청하였다.
리뷰빙자리뷰
경험을 리뷰합니다. 어딘가를 다녀온 무언가를 만들어 본 어떤 것을 진행해 본 이들의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거미줄급의 느슨한 연결을 도모합니다.
- 리뷰빙자리뷰 페이스북 페이지 소개
리빙리는 한달 동안 하나의 주제를 갖고 일주일에 한번 모여 리뷰어를 통해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모임이다. 단순한 강연이 아니라 ‘리뷰어와 참여자들이 경험 공유를 통해 서로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 리빙리가 다른 강연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강연자를 강사라고 표현하지 않고 ‘리뷰어’라고 칭하는 듯 하다. 경험공유가 이곳의 키워드다.
5월의 리빙리 주제는, ‘판깔기’ 이다. 즉, 커뮤니티/ 모임/ 커뮤니티 플랫폼을 기획,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최근 온,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커뮤니티 플랫폼이 형성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트레바리, 문토 등이 그 예인데 결코 저렴하지 않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 (특히 20, 30대 직장인)이 해당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공통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나 역시 그러한 모임에 가입하고 싶어 정보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비싼 비용에 진입장벽을 느끼고 마음을 접었다. (이게 그들이 유도한 것일 수도. 높은 비용으로 진입 장벽을 만드는 것!)
혼밥, 혼술이 익숙하고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이 시대에 왜 사람들은 계속 커뮤니티를 만들고 모이려고 하는 것일까?
‘타인과 어울리며 갈등을 만들 바에는 혼자가 편하다!’ 라는 심리 저편에는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함께 하고 싶다.’ 라는 사회적 인간의 본성이 있는 것 아닐까? 혼자이고 싶지만 동시에 함께하고 싶은 마음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커뮤니티에 대한 개인적인 궁금함과, 향후 기획해서 운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마침 회사에서도 내가 담당하는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모임을 기획해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러한 커뮤니티 플랫폼을 기획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5월 리빙리 강연을 신청했다. 매주 수요일마다 리빙리는 진행되는데, 총 네 명의 리뷰어를 만날 예정이다. 이 날은 5월 첫번째 리뷰어로, 리빙리 모임을 이끌고 있는 록담님이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록담님은 리빙리를 왜 운영하는가?
개인적으로 록담님에 대한 첫 인상은 개그맨 고명환님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엄청난(?) 유머와 위트로 모든 참가자들이 모임에 집중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하셨다.
이 분이 리빙리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본인이 사비를 들여 <'퇴사준비생의 도쿄' 2박 3일 도쿄 여행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개인 페이스북에 각종 후기를 업로드하자 ('자랑질'이라고 표현하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후 해당 경험과 인사이트를 나눌 수 있는 오프라인 모임을 기획하셨고 생각보다 참여자들의 반응이 좋아 동일한 주제로 사내 모임, 강연, 세미나 등에 초청받기까지 하셨다고 한다. 여기서 록담님은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보셨다. 특히 '어떠한 목적(컨퍼런스, 출장, 덕질 등)을 갖고 여행을 갔다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를 기획하고자 하셨고 이것이 바로 '리뷰빙자리뷰'의 초석이 되었다. 여기서 더 발전하여 최근의 리빙리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경험 공유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리빙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궁금했는데, 현재로서는 장소 대여비 정도만 받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수익이 발생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향후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그렇다면 록담님은 왜 이렇게 돈도 안되는 일을 계속 해오셨던 걸까? 본인의 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익 창출 없이 이러한 커뮤니티를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말이다.
록담님은 힘든 사회에서 사람들이 가족 외, 비슷한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셨다. 리빙리라는 경험 공유 커뮤니티를 통해 좋은 경험과 이야기를 발산시켜 구성원의 성장을 도모하고, 더 나아가서는 어른들의 '삶의 평균'을 높이고 싶다는 매우 건강한 동기를 갖고 계셨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이야기를 나누고 끊임 없이 참가자들과 소통하는 록담님의 모습에서 긍정의 에너지가 듬뿍 느껴졌던 것 같다.
그동안 리빙리에서 초대한 다양한 리뷰어들
- 투모로우 랜드 페스티벌 (이시우님) --> 고객경험
- 덴마크 자유학교 (온은주님)
- 실리콘밸리 마음챙김 명상 컨퍼런스 위즈돔 2.0 (유정은님) --> 마음챙김
- Eat Stockholm (강혜원님) --> 지속가능한 음식, 먹거리
- 세계 최대 영상 컨퍼런스 비드콘 (안정기님)
- 칸 라이온즈 (윤명진님)
- 공간기획 (퍼셉션)
- 미슐랭 스타 고객 서비스 (목금토 이선용님)
- 미디어와 콘텐츠의 밀당 스페셜 (SK경제연구소 조영신님)
등... 록담님은 정말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리뷰어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기획해오셨다.
리뷰어들은 본인들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다시 한 번 그 경험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뿐만 아니라 경험을 공유하며 보람을 느낄 것이고, 참석자들은 리뷰어를 통해 접하지 못해본 세계를 간접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리빙리의 특징은 참석자들이 참석 후기를 남겨야 한다는 것인데, 후기를 남기며 그 강연을 통해 느낀 점을 정리해볼 수 있다. 리뷰어와 참석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모임을 만들기 위해 세운 록담님의 규칙이다.
리빙리 (커뮤니티) 운영 시 생각할 점 / 노하우
록담님이 공유해주신 커뮤니티 운영 노하우! (인상적인 것만 적었다.)
- 록담님의 커뮤니티 운영 노하우 -
▶ 시작할 때: 일단 큰 욕심 안내고 시작한다. 첫 판을 성공시킨다.
▶ 모객할 때: 패턴을 만든다, 넘버링을 한다. 첫줄을 세게 나간다. 무엇을 얻어갈 수 있고, 누가 오면 좋은지 안내한다. 누가 오는지 알수 있게 한다.
▶ 진행할 때: 장소가 멋지면 반은 먹고 간다. 어색한 분위기를 재미있게! 먹거나 마실거리 준비. 중요한 것은 꾸준히 부탁한다.
▶ 섭외할 때: 부탁을 한다. 무엇보다 꾸준히 한다. 리뷰어가 신뢰한다. 추천을 받는다.
▶ 운영할 때: 가급적 운영을 심플하게 한다. 진행 패턴을 만들어 간다. 운영룰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 확장할 때: 팬이 만들어지는 것은 좋다. 동네방네 어필을 해야한다. 기록을 해야한다. 브랜딩에 힘쓴다. 콜라보도 좋다!
무엇보다도 록담님의 어떠한 사람들과도 격의 없이 친해질 수 있는 유머러스한 성격과 참가자 모두가 무엇이라도 얻고 가길 바라는 진심어린 마음이 리빙리의 가장 큰 운영 노하우가 아닐까 싶다.
참가의 높이를 만드는 것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포인트 중 하나는 참가의 높이를 만들라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리빙리를 참석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이 올라오면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신청하기 위해 적어야 할 것들이 몇가지 있다. 그냥 돈만 입금하면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참가의 높이를 만들어 놓음으로써 아무나 오는 것을 방지하고 왔을때 참가자을의 만족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또한 리뷰어들이 본인의 리뷰에 오는 참석자들이 어떠한 사람인지 사전에 파악함으로써 더 질 높은 리뷰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기소개!!
또한, 리빙리에 가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시간이 있는데.. 바로 자기소개 시간이다.
참석자들이 한명씩 일어나서 본인이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이유로 리빙리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굉장히 인상깊었던 점은 참가자 모두 본인을 소개하는 것을 굉장히 즐거워했다는 점이다. 입사 면접을 제외하고 살면서 본인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이 거의 없는데, 이렇게 본인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판을 먼저 깔아줌으로써 리뷰를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도 본인의 이야기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리를 굉장히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물론 리빙리에 여러번 참석한 사람들이 다수였기 때문에 자기소개가 자연스럽게 흘러갔던 것도 있지만 이것을 감안하더라도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대해 거리낌 없었고 이후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화기애애하고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어쩌면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리뷰어 한명의 삶의 경험을 들으러 왔지만 이 시간을 통해 리뷰어 1명 + 참석자 15명의 이야기를 간접경험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 리빙리 페이지에 올린 나의 후기 **
안녕하세요. 리빙리도, 이러한 커뮤니티도 처음 방문했는데 록담님 뿐만 아니라 참석해주신 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참여하기 전에는 '(일반적인)강연이나 세미나 처럼 보이는데 왜 판을 깐다고 할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리빙리를 가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강연자 뿐만 아니라 참석자들에게도 자신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소통의 장, 플랫폼 또는 커뮤니티를 형성해 나가시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 공유 커뮤니티를 통해 어른들의 '삶의 평균'을 높이고 싶으시다는 말씀을 듣고, 그 동기가 참 건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NGO 같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ㅎㅎ) 건강한 동기와 목적 아래 모인 만큼 오시는 강연자분들도 참석자분들도 다 좋으신 분들일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어제 자기 소개를 들으니 아직 저같은 쪼랩이 가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각자 일하고 계신 분야의 전문가 or 개척가 같은 분들이시더라고요..bb (I hate Monday! 로우로우! 기사에서만 뵙던 분들을 보다니 *.*)
아, 그리고 월간 시리즈도 말씀하셨는데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는 모르겠지만 밀레니엄 세대가 많이 회자되고 있는 요즘인 만큼 월간90도 있으면 좋겠네? 하는 생각을 혼자서 찰나의 시간 동안 아주 잠시 해보았습니다. ㅎㅎ 그만큼 이 한번의 모임이 저에게 커뮤니티의 유용성에 대해 일깨워 준 것이겠죠? 어제 어버이날이라 뒷풀이는 못가고 집에 일찍 가서 아쉬웠는데 기회 되면 많은 분들과 이야기 하며 많이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유익한 시간 마련해주신 록담님 다시한 번 감사드립니다.
사회 생활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게 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대해 조금은 거부감 또는 어색함이 있던 요즘 리빙리는 나에게 기분 좋은 충격이었던 것 같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한다는 것 만으로도 그 시간 이후 조금의 연대를 느꼈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생각하고 계획했던 세상이 너무 작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일을 하며 다양한 형태로 살아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 나가야 할까? 나 혼자만의 성장이 아닌 주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당장 답은 없겠지만 이러한 시간들과 고민을 통해 나의 생각과 세상을 보는 눈이 더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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